“요즘 기분이 울적해 우울증 증세를 의심했는데…. 정신건강 상태를 확인하니 마음이 놓이네요.”

지난 5일 오전 대구 남구청 민원봉사실. 이날 무인정보 단말기인 키오스크(Kiosk) 앞에서 정신건강 상태를 점검받은 김장미씨(42)는 “건강테스트 문항이 내 심리상태를 꿰뚫고 있는 듯했고, 정신건강 상태를 쉽고 빠르게 알 수 있어 신기했다”며 “검사를 받아보는 것으로도 우울증 치료 효과가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7일부터 남구 민원봉사실에 설치된 키오스크가 시민 ‘정신건강 지킴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경북대 IT대학 소속 학생들이 지난 5일 대구 남구청 민원봉사실에서 자신들이 개발한 ‘키오스크’ 앞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 박태우 기자

◇ 대학생 기술력으로 탄생한 키오스크 = 정신건강 자가진단 테스트기인 키오스크는 경북대 벤처기업인 (주)UST와 마이크로사이텍이 공동으로 개발했다. 이들 벤처기업은 IT대학 학생 13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지난해 8월 대구 남구정신보건센터의 의뢰를 받아 6개월 만에 ‘IT융복합-U 헬스케어’ 기반을 갖춘 키오스크를 탄생시켰다.

이용자들이 검사항목에 따른 선택사항을 터치하는 순간, 데이터가 곧바로 중앙서버로 넘어간다. 중앙서버는 이를 통계처리해 곧바로 누계점수를 알려준다. 누구나 무료로 자신의 정신건강상태를 손쉽게 확인하고 상담 및 치료방법까지 알선받을 수 있다. 키오스크는 아동·청소년(5~19세), 어른(20~59세), 어르신(60세 이상) 등 3개 영역으로 나뉘어 정신건강을 테스트한다.

아동·청소년은 우울증, 인터넷 과다 사용, 과잉행동장애(ADHD)의 3개 항목으로 설정돼 있다. 어른은 우울, 자살 생각, 알코올 중독, 스트레스를 평가하고 어르신은 우울, 자살 생각, 치매 항목으로 나뉘어 있다. 검사항목마다 20여개의 질문이 있고, 문항마다 4개의 선택사항이 제시된다.

점수에 따라 일반, 관심 주의, 위험으로 분류한다. ‘위험’으로 판명되면 남구정신보건센터에서 정신과 전문의와의 상담 및 치료기관 등을 알선해 준다.

도민석 마이크로사이텍 연구지원총괄이사(IT대학 전자공학부 4년)는 ”키오스크는 자바 스크립트 오픈 소스를 바탕으로 IT 데이터 기술을 활용, 웹페이지를 통해 데이터를 관리하고 즉석에서 결과를 통보하는 등 이용자들이 편리하게 다룰 수 있도록 인터페이스를 구축했다”고 말했다.

◇ 주민 발길 당기는 키오스크 = 남구청 민원실에 있는 키오스크는 6일로 설치한 지 한 달이 됐다. 초기에는 하루 평균 이용객이 10명 안팎에 그쳤으나 이달 들어서는 30~40명으로 늘어났다.

키오스크는 터치스크린 형식으로 노약자들도 손쉽게 다룰 수 있다. 초기에는 40·50대가 주로 이용했으나 지금은 30·40대도 심심찮게 눈에 띈다. 입소문을 타고 이용객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장미진씨(52)는 “키오스크 검사를 받아본 결과 우울증과 자살충동의 초기증세와 악화과정을 파악할 수 있었다”면서 “정신건강을 조기에 관리하는 방법을 터득하게 됐다”고 말했다.

키오스크는 조형물로도 손색이 없다. 자작나무 적층방식으로 수려한 곡선미를 살려 친근감을 더해주고 있다. 마치 한 그루(높이 2m)의 나무가 서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키오스크는 24인치 모니터가 외부에 걸려 있고 컴퓨터 본체는 내부에 설치돼 있다. 콘텐츠 디자인도 차별화를 꾀했다. 아날로그적인 감성과 동양화적인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종이에 그림을 그려 스캔작업을 거쳤다. 초기화면은 십장생을 콘셉트로 해 학, 거북, 소나무 등이 살아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임병헌 대구 남구청장은 “과로와 스트레스, 우울증 등을 호소하는 주민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면서 “이들이 손쉽게 정신건강을 테스트받고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키오스크를 도입했다”고 말했다